김정욱, 『병원의 사생활』

글항아리, 2017.

 

“심폐소생술을 경험하면서 인턴들은 마음먹는다. 이 길을 계속 가거나 혹은 이 길과는 멀찍이 떨어진 길을 가겠다고.” (48쪽)

“환자 상태가 이상하면 의사는 환자를 확인하고 “brain CT 한번 찍어봅시다”라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CT실에 급한 영상이 있다고 연락하고, CT가 밀려 있으면 우리 환자가 급하다면서 부탁해야 하며, 환자를 이동침대에 옮기고 수많은 라인을 정리해 CT실로 환자를 보낼 뿐 아니라, 환자가 자주 움직여 CT를 찍지 못하게 된다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행여 라인 정리를 잘못했다고 CT실에서 연락 오면 위 선생님께 혼나기 일쑤이고, 우여곡절 끝에 환자가 CT를 찍은 후 다시 병실에 도착하면 원래 침대로 옮겨야 하고, 그 잠깐 동안 환자 상태에 차이는 없는지 생체 징후를 체크하고 라인을 점검하며 근력과 동공을 확인하고 의사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모두 간호사 선생님들의 몫이다.” (127쪽)

“시끄럽고 급박한 일이 벌어지는 주변을 뒤로하고 오로지 환자와 나에게만 찾아오는 정적이 있다. […]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환자에게 관례적인 CPR을 시행할 때가 그랬다. 10분 뒤면 딸이 도착하니 그때까지만 CPR을 해달라고 부탁해올 때, 깍지 낀 손은 힘껏 환자의 가슴을 누르고 있지만 누구도 환자가 회생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162쪽)

 

(2018.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