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Rebecca Solnit, Call Them By Their True Names, Haymarket, 2018.

김명남 譯, 창비, 2018.

 

“우리 시대 우파 이데올로기라는 이상한 수프를 졸이고 또 졸여서 작은 덩어리 하나로 압축하면 무엇이 될까. 세상의 일들은 다른 일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 연결되지 않는 편이 모두에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98쪽)

“염세적 경험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이 종종 순진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은 냉소주의자들이 실질보다 스타일을, 분석보다 태도를 앞세운다는 것을 말해준다. […]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짓이다. 불가능한 기준을 적용하는 바람에 엄연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더 순진한 짓이다. 냉소주의자는 실망한 이상주의자나 비현실적 기준의 소유자일 때가 많다. 그들은 승리를 불편하게 여긴다. 승리는 거의 늘 임시적이고, 불완전하고, 타협적이기 때문이다.” (114~115쪽)

“내가 아는 활동가들 중에서 가장 헌신적인 사람들은 가장 덜 격분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최우선으로 받드는 임무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그들이 우선시하는 것은 자기표현이 아니라 행동이다. 많은 정치적 수사들은 분노가 없다면 강력한 참여도 없을 것처럼 말한다. 분노는 사회 변화라는 엔진을 굴러가게 해주는 휘발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 휘발유는 모든 것을 그저 폭발시키기만 한다.” (142~143쪽)

“이상적인 지적 대화에서, 의견 불일치는 상대를 갈가리 찢어발기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제안이나 분석의 틀을 확인해보고 강화하는 계기일 뿐이다. 우리가 전반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더 논의할 사항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하고, 심지어 대화가 즐거울 수도 있다. 그런 대화는 내가 남을 설득하겠다는 마음 못지않게 나도 기꺼이 설득당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반복음주의적 작업이다.” (157쪽)

 

(201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