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

Alice Munro, Lives of Girls and Women, McGraw-Hill, 1971.

정연희 譯, 문학동네, 2018.

 

“엄마는 타운에서는 상냥하게 말했지만 이곳 사람들한테는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지나치게 예의를 갖추고 티 나게 바른 문법을 썼다. […] 술에 빠져 사는 꼴은 보지 못했다. […] 성적인 방탕, 욕설, 무계획적인 생활, 무지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봐주지 않았다. 따라서 엄마가 생각하는 정말로 핍박받는 불우한 사람들, 엄마가 사랑하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에 플래츠 로드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빠는 달랐다. […] 도시 남자들, 즉 출근할 때 셔츠를 입고 타이를 매는 남자들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경계심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런 순간에는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모욕당할까봐 염려했는데, 그 밑에는 일부 시골 사람들의 재능인 허세의 냄새를 맡는 예민하고 특별한 능력이 깔려 있었다.” (22~23쪽)

“놀랄 일이나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면 새끼를 죽여버렸다. 이게 여우들이 화가 나서 맹목적으로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어미로서 갖는 각성되고 겁먹은 느낌에서 비롯된 행동인지 […] 아무도 몰랐다. 여우는 집짐승 같지 않았다. 이렇게 갇힌 채로는 몇 세대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45쪽)

“여러 해가 지난 뒤 나는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샤가 자신의 남편이 추구하는 관념적이고 지적인 관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것에 엄청난 중요성을 부여하는 부분을 읽고 엘스퍼스 대고모와 그레이스 대고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남자들이 하는 일을 존중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거리로 삼기도 했다.” (63쪽)

“그가 나에 대해 말한 것은 분명 진심이었다. 하지만 나는 똑같이 진심을 말할 마음이 없었다. 왜냐고? 그건 내가 그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느끼는 것과 똑같은 것, 즉 여리고 자만하고 폭군 같고 터무니없는 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354쪽)

“섹스는 내게 오로지 굴복으로만 비쳤다. 그 굴복은 […] 인간이 육신에게 하는 것이며, 겸손에 대한 순수한 믿음과 자유의 행위였다.” (394쪽)

 

(2019.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