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 『착한 여자의 사랑』

Alice Munro, The Love of a Good Woman, McClelland & Stewart, 1998.

정연희 譯, 문학동네, 2018.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였다. 여자들은 이미 집에 있었다—그들은 언제나 집에 있었다. 하지만 자기 잘못이 아닌 이유—남편이 죽었거나 병들었거나 아예 없어서—로 가게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년의 여자들도 있었다.” (28쪽)

“캐스와 켄트가 하는 섹스는 진지했고 열성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절제되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유혹하지 않았고, 친밀감 혹은 그들이 친밀감이라고 믿었던 것 속에 빠져 거의 그 안에만 머물렀다. 평생 파트너가 한 명이라면 특별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이미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의 알몸을 쳐다봤지만, 그럴 때조차 어쩌다 마주친 걸 제외하면 서로의 눈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캐스는 지금 알지도 못하는 파트너와 같이 있는 내내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176~177쪽)

“내게 오는 사람들에게 유능하고 깍듯하고 친절하게 보이는 것, 그것은 참으로 소박한 즐거움이었다. 사람들에게 할 줄 아는 게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자기의 역할이 분명하게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거나 배회하거나 꿈꾸는 것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여자가 된다는 것은 말이다.” (232~233쪽)

“사람들 중에는 체면을 차리고 낙천적으로 행동하며 가는 곳마다 분위기를 싹 정화시키는 이들이 있는데 […] 옛날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자기 보호를 주장했었지만,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점점 더 그러는 것 같았다.” (300~301쪽)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그 말을 믿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경우만큼은 처음 있는 특별한 경우라고, 누가 봐도 그렇지 않은데도, 그들이 그 말을 하면서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는데도, 그들은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350쪽)

“어떻게 해서든 기분을 맞춰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 그런 사람과 틀어지면, 그 사람은 당신을 마음의 어떤 영역에 집어넣고 평생 당신을 경멸할지도 몰랐다. […] 데릭은 뭐든 이유로 삼아 카린을 포기해버릴 수 있었다. 그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로즈메리와 앤을 포기했듯이.” (397쪽)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종류의 음악을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은, 심지어 그 음악에 대해 적대감까지 느끼는 것은 […] 단순함과 강직함, 성실함, 그런 음악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단호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곡조에서 벗어난 음악은 사람들을 홀리는 음악이라는 듯, 그리고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만—허세 때문이건 단순함과 정직함이 부족하기 때문이건—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듯이.” (534쪽)

 

(201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