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Deborah Levy, Thing I Don’t Want to Know, Bloomsbury, 2013.

이예원 譯, 플레이타임, 2018.

 

“백인은 흑인을 무서워했는데 이건 백인이 흑인에게 못된 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한테 못되게 굴면 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기분이 들면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남아공의 백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52쪽)

““쟨 벗지가 자기 아빠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빌리 보이가 벗지 새지, 어떻게 새 말고 다른 게 될 수 있다고?” 이 질문이야말로 인류가 광물 색소를 이용해 동굴 벽에 동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래 지금껏 답하고자 씨름해 온 질문의 요체였건만, 멀리사의 엄마는 이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89쪽)

“세상을 향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잔인해지고 타락하는 건지. 누군가를 못살게 굴거나 고문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인지 정상인 사람인지. 백인 남자가 흑인 아이 뒤를 쫓도록 개를 풀었는데 모두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때, 이웃도 경찰도 판사도 선생님도 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라고 말할 때 과연 삶은 살 가치가 있는 건지.” (125쪽)

“여성 작가는 자기 인생을 지나치게 또렷이 느낄 형편이 못 된다. 그리할 경우 그는 차분히 글을 써야 할 때 분노에 차 글을 쓰게 된다. […] 나는 중국인 가게 주인에게, 작가가 되고자 나는 끼어들고, 소리 내어 말하고, 목청을 키워 말하고, 그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실은 전혀 크지 않은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노라고 이야기했다. ” (135쪽)

 

(20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