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시대의창, 2018.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런 병아리 덩어리들이 똥과 뒤섞이는 동안에도 삐약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 믿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날 새벽 계사로 올라갈 때도 발효기 안에서 울리는 병아리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35~36쪽)

“그에게는 사람보다 상품이 더 중요했다. 그는 우리가 절대 돼지를 때리지 못하게 했다. 상품에 흠집이 생기면 안 되니까. […] 하지만 횡성의 사장은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지 않았다. 그가 물건처럼 다루는 것은 돼지뿐이었다. 그는 진심에서 우리가 너무 힘들게 일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돼지를 때리는 것도 전기 충격기를 쓰는 것도 막지 않았다.” (262쪽)

“토치로 남은 털을 제거하고 그을음을 씻어낸 다음 해체를 시작했다. 테이블은 더러웠다. 여기서도 주방용 세제나 소독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여기선 개의 머리를 반으로 잘랐는데 이때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전동 절단기를 썼다. 작업이 끝나고 기계를 열어보니 내부에는 구더기 떼가 바글바글했다.” (412쪽)

 

(201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