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배반의 여름』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2)

3판, 문학동네, 2013(1999).

 

“사람들은 어째서 수세식 변소나 동물 애호 정신으로 자기가 야만적이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놓으니 야만적이 아니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걸 알 리가 없고, 야만인이 정글에 살지 않고 도시에서 리본 맨 개를 안고 활보를 하고, 몸에 풀잎을 두르지 않고 일류 재단사가 재단한 양복을 입고 수세식 변소에서 뒤를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커피숍에 간다.” (60~61쪽)

“그의 의지는 차고도 단단하다. 같이 살 때도 나는 그의 정열이 동반하지 않은 의지력에 가끔가끔 진저리를 치곤 했다.” (74쪽)

“자기나 자기 가족에 대한 편애나 근시안에서 우러나는 엄살로서의 억울함에는 그래도 소리가 있지만,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숙명처럼 보장된 진짜 억울함에는 더군다나 소리가 없다.” (136쪽)

“그라면 아마 어렵지 않게 그 동안 내가 갈기갈기 찢어놓은 우리 집안의 점잖고 화평스러운 포장을 감쪽같이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 중요한 건 내가 포장 속에 들은 것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는 데 있다.” (352쪽)

 

(2019.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