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3)

3판, 문학동네, 2013(1999).

 

“일은 다만 여자가 혼자 설 수 있다는 걸 의미했고 여자나 남자나 혼자 설 수 있다는 건 결혼하기 전에 갖춰야 할 자격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96쪽)

“자칭 이류답게 혹평이나 무관심에 민감해서 자주 붓을 놓았고 슬럼프에 빠지는 주기도 남보다 잦고 길어서 사실 그의 작가활동은 지지부진한 것이었다.” (133쪽)

“배우성씨는 조의원의 이름도 나이도 생각도 여직껏 뭐 해먹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조의원이 조의원이라는 게 전부인데 그건 실은 그의 생애의 오십분의 일, 아니 칠십분의 일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 어떤 좋은 한때가 전 생애를 덮을 만큼 부풀어오르고, 재차 그것들끼리 결합해서 더 큰 간판이 되고 싶어하는 그 끈덕진 힘은 무엇일까.” (158쪽)

“밝혀낸 장본인은 영원히 익명이고, 밝혀진 사실은 비록 우리가 사는 광대무변한 혼돈 중의 극소 부분에 대한 조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대부분이 이렇게 쌍수를 들고 거기 만장일치하고자 할진대 그 극소 부분의 편협한 조명 효과가 어찌 두렵지 않으랴.” (318쪽)

 

(2019.09.22.)